본문 바로가기
Book

핑퐁 _ 박민규

by ayubowan 2009. 7. 18.
핑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06년)
상세보기

Intro

박민규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 수록 매력적이다.

뚝뚝 끊기는 문장. 반어법. 어울릴거 같지 않지만, 꽤나 적절한 비유들.
문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공대생이다-비록 힘들어 죽겠지만, 공대생은 공대생인다;)

녹이슨 소파의 스프링은, 그 자체로 천식을 앓는 노파의 기관지 같다. p12
 
어쩌면 이런 비유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가능할까 하고 놀람을 주는 그의 글은 역시나-핑퐁에서도-좋다.

조정래의 '한강'을 읽을 때 경이로움이 그의 역사 의식과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시대를 보는 통찰력과 등장 인물간의 관계성 이었다면 박민규의 그것은 나에게 다른 종류로 다가왔다.

각설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따'가 있었다. 꼭 '따'가 아니더라고 괴로힘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었었고.
몇 번은 '치수'같은 아이들에게 쓴소리를 내뱉고, 싸운 적도 있었지만-
많은 시간을 나는 '못'과 '모아이'에게 무관심했던 대다수의 마흔한명처럼 <대다수> 인척하며 지냈었다.

그랬던,
과거가 생각나는
-왜 더 착하고 순해야 할 어린 시절이 오히려 '배제'의 연속이며 더 악날하고 더 무감각했는지-
소설이기도 하다.

본문 읽기;)

p15
못, 나는 못이다. 그렇게 불린다. 쿵 쿵. 치수가 내 머릴 때질 때 멀리서 보면 꼭 못이 박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중략-
다음엔 못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못이라면, 일생에 한번만 맞으면 그만일 테니까. 

나 역시 '소외'-그것이 '배제'의 수준이었나는 잘 모르겠지만-의 경험이 있다. 그럴때면 못처럼 생각했었다. 차라리...
그러나 '대다수'가 되는 순간, '소외'의 기억은 C 드라이브의 어느 구석진 메모리 위에 아비 내지는 메추라기 따위의 임시로 만들어진 하위 폴더에 쳐박혀 검색하지 않고 서는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리곤 했었다. 그리고는 '대다수'인 채로 살아 왔겠지.

p29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치수가 원인의 전부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러싼 마흔한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p87
누구라도...결국 인간을 기다리는 건 매수야.
-중략-
이 세계는 매수된 인간들로 가득 차 있어. 그들에게 매수된 인간들이 또 매수를 하고, 그 인간들이 다시 매수를 일삼는 거야. 

p118
지금 이 세계의 포인트는 어떤 상탠지 아니? 173834579269921 : 173834579269920, 어김없는 듀스포인트야.

탁구는 말이다.

원시우주의 생성원리린다. 

세계가 탁구의 듀스상태라. 불안한 균형이 계속 일어나는. 흥미로와. 충분히 그럴듯 하거든-

p128
이렇게...살겠지 뭐, 내가 대답했다. 그 순간 왠지 세끄라탱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년의 방학이 달라지기도 이만큼 힘든 것이다. 하물며 세계란. 

p150
조건반사만으로도 탁구를 치는 건 가능하단다. 조건반사만으로도 삶을 사는 일이 가능하듯이. 그래서 실은 비둘기도 탁구를 칠 수 있는 거란다.
-중략-
탁구를 치는 비둘기를 길러낸 사람은 스키너란 이름의 실리학자였어.
-중략-

1. 반응도구(지렛대, 열쇠, 원판)
2. 강화매개물(먹이, 물)
3. 자극요인(빛, 큰 소리, 작은 전기충격)
4. 실험유기체(쥐, 비둘기)

그건 마치...세게잖아요. 아무튼 그 시헙이 내 탁구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된 건 사실이란다. 아, 이젠 못 당하겠구나. 먹고살고자 하는 이 조건반사를...내가 당해내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 그 비둘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떻게 되긴.

그렇게 살다 죽었지.

p180
모두가 실은 9볼트 정도의 인간들이란 거지. 요는 인간에게 그 배치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이기가 있다는 거야. 인간은 그래서 위험해. 고작 마은한명이 직렬해도 우리 정도는 감전사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생존해야 해. 우리가 죽는다 해서 우릴 죽인 수천 볼트의 괴물은 발견되지 않아. 직렬의 전류를 피해가며, 모두가 미미하고 모두가 위험한 이 세계에서-그래서 생존해야 해. 자신의 9볼트가 직렬로 이용되지 않게 경계하며, 건강하게, 탁구를 치면서 말이야.

자신의 9볼트가 긍정적인 직렬로 사용될 수는 없을까? 하기야 조건반사로 <대다수>인 척 사는 세상인데...
인류란 무엇인가?

p219
너와 나는 세계가 <깜박>한 인간들이야.

나이가 들어서 깜박한 깜박이 아니라, 절처히 배제시킨 깜박이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교묘하게.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지금은 잘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그냥 그렇게 희미해진 그들은-나머지 마흔한명이 깜박한 '인간'이 되어버린 거지. 
지금 나는, '대다수', '다수결'의 이름으로 또 누구를 깜박하고 있을까.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작가의 말;)

어딘가에선 힘없는 인간이 맞아죽고, 어딘가에선 힘없는 민족이 폭격을 당한다. '퍼햅스 러브'와 같은 노래를 아무리 불러도, 세계의 키워드는 여전히 약육강식이다. 인류의 2교시를 생각한다면, 생존이 아니라 잔존이다. 지난 시간의 인간들이, 그저 잔존해 있는 것이다. 

아직도
결국 자기자신과
가족과
민족을 위해 사는 척,한다.

그리고 
종교를 믿으면 그만이다.

그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