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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_권대익

by ayubowan 2020. 3. 4.
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
국내도서
저자 : 권대익(아로아나)
출판 : 반니라이프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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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기억

학창 시절 영어에 대한 몇 가지 기억들을 추억해본다.

 

중학교 1학년 중간 고사에 가족(family)과 시계(clock)를 영어로 쓰는 문제가 주관식으로 나왔는데 그걸 모두 틀리고 객관식도 적잖이 틀려서 50점 근처가 나왔던 기억과, 고등학교 때 구와 절을 구분하면서 끊어 읽는 방법을 열심히 배웠지만 항상 끊어 읽기에 실패해서 한 문장의 대략적인 의미를 대충 파악하며 문제를 풀다가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선명하다. 혼난 이후로는 문장의 의미만 알면 되지 굳이 문법적 형식을 따져가면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반항심을 가지기도 했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라는 책을 두 학년 위의 형이 열심히 따라 할 때, 조금 따라가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그 당시 고등학교 수험생들에게 필수 교재였던 <성문기본영어>도 보지 않고 문제를 엄청 풀어보는 식으로 수능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전히 문장 형식이나 구와 절 등 문법의 기본을 너무 모른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수준별 영어 수업을 위한 사전 영어 시험을 봤는데 뒤에서 10등 언저리를 하며 나의 수준을 재확인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못해서 약간은 충격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영어를 조금 해볼 심산으로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토론토 대학에 갔는데, 역시나 테스트 후에 low intermediate 반에 배치되어 같이 어울리던 한국 학생들 중에 가장 낮은 반이었던 적도 있다. 그때 대학에 학생증을 만들러 가서 이메일을 알려달라는 직원의 말에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다가 골뱅이를 뭐라고 하는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돌이켜보면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수능, 토익, 텝스, 토플 등 원하는 시험 점수가 필요할 때 (문제를 할 수 있는 한 많이 풀어보는 성실함은 다행히 갖추었기에) 꾸역꾸역 가까스로 점수를 따서 입학, 졸업, 취업의 관문은 용캐도 잘 빠져나왔다.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가서 알파벳을 외우며 영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이래, 영어로 학위 논문을 쓰고(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사전에 깊이 감사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토익 스피킹 점수를 딴 지금까지 햇수로 2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접하고 사용했지만, 여전히 영어는 버겁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영어를 위한 아주 사소한 노력

새해마다 영어를 조금 잘해볼 심산으로 영어 팟캐스트나 라디오를 듣거나, 문법 기초를 다지려고 (이제와서 성문기본영어를 보기는 부끄럽기도 하고, 더 영어 공부하는 티가 나는 것 같아) <Grammar in use>를 1과부터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폰으로 이동 중에 무언가를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라디오 듣기는 오래 가지 않았고, <Grammar in use>도 Basic 이후로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런 몇 차례의 시도 후에 괜히 영어 공부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대학원에 있으면서 그냥 영어 논문이나 열심히 보자는 생각으로 자위하면 지내다가 지금까지 왔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절반을 지원해주는 전화 영어로 아주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최소한의 아주 사소한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스리랑카에 2년 동안 살면서 싱할라어(sinhala, 스리랑카 인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싱할라족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고 익힐 때, 어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서 같이 일하던 동료 선생님에게 설명하거나 모르는 표현을 질문하기를 꾸준히 했다. 그때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책을 읽는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고 대견해서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표현들이 늘어나는 게 체감이 되어 더 재미있었다. 그런 재미를 싱할라어가 아니라 영어에서도 느끼고 싶었다.

 

그러한 갈망으로 찾아본 것이 영어 독서인데,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나의 욕심에 부합하는 제목에 이끌려 골랐다.

<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

 

 

총평

저자는 영어를 익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 -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과 같은 책의 영어 공부법을 따라하기도 하고, TED를 반복 청취하여 대본을 외우기도 하고,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 를 하며 노력했던 인물이다. 영어에 대해 대한민국 평균이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열심히 노력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영어 학습에 특별한 혜택을 받은 인물이 아니라 한국에서 교육 과정을 거친 평범한 인물로 다가왔다는 의미이다. 그런 저자가 다양한 시도 끝에 찾은 재미를 느끼면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 영어 독서라고 한다. 그리고 노력 끝에 영어 독서를 취미처럼 여기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이다. 모든 책이 제목이 전부라고 하지 않던가. 정직한 제목에 정직한 내용이었다. 

 

평1. 생각의 전환

일상 생활에서 광고나 매체를 통해 영어는 공부가 아니다, 영어는 훈련이다, 영어는 습관이다 와 같은 말을 많이 보고 접했다. 하지만 그저 그럴싸한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렸는데, 나도 좋아라 하고 거부감 없는 독서를 통해 영어를 익혔다는 저자를 통해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납득이 됐다. 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도구로 잘 익혀서 내가 관심있는 내용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 책의 8할이다. 

 

[영어 독서에 대한 제 처음 호기심은 단순히 흥미였습니다. "오! 영어를 접하는 이런 신박한 방법도 있네!"하는 생각이었죠. 영어 책을 익는 것은 '영어를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독서를 하고 싶었는데 호주에 왔으니까 영어로 된 책을 읽었던 것뿐이었습니다. p30]

 

[우리는 지금 영어에 지쳐 있고 많은 실패와 좌절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이 배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중에 가장 만만한 것은 읽기입니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그냥 혼자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또한 읽기입니다. p53]

 

평2. 영어 독서를 위한 방법

영어 독서를 했던 저자의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어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사전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사전은 영영/영한 모두를 사용하였는데, 영영사전을 이용하면 단어를 우리말 뜻이 아니라 영어 단어 자체의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다양한 예를 통해 제시하였다. 책은 영어 독서를 처음 시작했던 초장기를 제외하고는 아마존의 킨들을 구매하여 전자책으로 주로 읽었는데, 워드와이즈 기능이나 영영사전 기능이 유용했다고 한다. 영어 독서에 필요한 영어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있다. 단어를 공부할 생각이라면 어근을 이해하라던지, 기초 문법 정도는 이해하는 것이 좋다던지 등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전해준다. 실제로 영어 독서를 시작한다면 소소한 팁들이다. 

 

평3. 공부법을 다룬 책의 전형적인 패턴

독서 그리고 영어 독서 자체에 대해서도 중간 중간 다룬다. 어떠한 독서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원서를 읽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함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책을 읽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이부분은 조금 겉돌거나 당연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잘 와닿지 않았다. 취미로 접하라는 서두의 내용이 무색하게 원칙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공부법을 다룬 책의 전형적인 패턴은 어쩔 수 없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4. 인상적인 결론

잠시 공부법을 다룬 책의 고루함을 따라가는듯 했지만 책의 마무리가 담백해서 좋았다. 열심히 노력해서 일년에 영어로 된 책을 20권은 읽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영어를 습관으로 만들려고 꾸준히 노력한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솔직함이 꽤 쿨했다.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본인이 했던 노력과 성취한 성과를 담백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침소봉대의 시대에 신선하달까. 더불어 영어 독서가 회화나 말하기 듣기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간접 도움일뿐이라고 선을 그어준다. 읽기를 통해 영어를 접하는 영어 독서가 말하기나 듣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읽기라도 잘하게 되는 것만 해도 꽤나 멋진 일인 것 같아 결론이 맘에 든다. 이 책의 나머지 2할이다.

 

 

아, 책 리뷰를 너무 열심히 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