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_무라카미 하루키

by ayubowan 2020. 4. 4.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하고 싶은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임홍빈역
출판 : 문학사상 2009.01.05
상세보기

 

 

들어가며

두 번째 달리기 관련 서적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첫인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었다. 그가 쓴 좋은 소설이나 수필이 많다는 것은 공히 알려져 있지만, 얕은 독서력 때문인지 이제서야 접하게 됐다. 외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고, 변명해본다. 어쨌거나 그의 글을 처음 접했다. 그의 글도, 글과 달리기를 대하는 자세도 인상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글에 대한 첫인상은 그렇다.

 

 

나의 달리기 II

아직까지는 최장 10km 밖에 달리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마라톤을 완주하고 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에게는 적은 거리이지만 (물론, 장거리 달리기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먼 거리이긴 하다) 그 정도 거리라도 달리고 있으면 몸과 감정의 상태가 조금씩 변한다. 출발선에서 약간의 흥분이 밀려왔다가 1km 정도 달리면 숨이 트이고, 3km까지 기록이 좋으면 왠지 신기록을 세울 것 같은 기대감이 들다가도 반환점을 돌면서 다시 힘을 내려는 의지보다는 남은 거리의 부담감이 더 크게 몰려와 지치기 시작하고, 7km ~ 8km에서 걷고 싶은 욕구가 턱밑까지 찾아왔다가 남은 거리를 이 악물고 뛰면 어느새 골인 지점이 다가온다. 그 시간을 대부분은 멍하게 달린다. 하지만, 어느 날은 심장 소리, 발걸음 소리 등 몸의 소리에 신경이 집중되고, 또 어느 날은 풍경과 사람들 구경으로 시간이 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날도 있다.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달리기지만, 변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어떻게 달리든 달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고, 삶을 조금은 긍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달리기에 대해 할 수 있는 약간의 이야기들이다.

 

"달리는 것은, 이제까지의 인생을 사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 가지 습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 (24쪽)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게 궁금해서 골랐다. 안철수가 쓴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책도 있었으나 그 책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총평

저자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으로, 일종의 철학같은 달리기, 소설가로서의 직업 의식,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들이 잘 녺아있다. 나를 러너라고 말하기는 달리기 경력이 부족해 민망하지만 그와 러너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소설가로서 온전히 일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들은 내가 나의 업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나이듦, 선택, 우선순위 등 인생을 살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소회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어느 정도 정직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담백한 문장은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이다.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127쪽

 

덧, 이렇게 살고 싶다.

저자는 아테네 홍보를 겸한 취재를 하게 되어 마라톤의 원형인 아테네 마라톤 코스를 소개하기로 하고, 아테네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직접 본인이 그 코스를 달리기로 한다.

 

"무라카미 씨, 진짜 코스를 전부 달리는 건가요?"

가게야마 씨가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듯이 물었다. 

"당연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95쪽

 

요령 피우지 않고 해야 할 일을 곧게 해 내는 것. 이렇게만 산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