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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나의 서평은 이 책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 (나민애, 『책 읽고 글쓰기』, 2020)

by ayubowan 2020. 9. 15.

 

책 읽고 글쓰기
국내도서
저자 : 나민애
출판 : 서울문화사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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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평은 이 책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 

나민애, 『책 읽고 글쓰기』, 221쪽, 2020

 

책 읽고 글쓰기』는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의 글쓰기 담당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나민애 교수의 서평 가이드이다. 학교에서 13년 넘게 학생들의 서평을 읽고 고쳐주고 가르쳤던 저자는 책은 많지만 서평은 많지 않고, 서평을 쓰려는 사람은 많지만 서평을 가르치는 기관이나 교재는 많지 않은 "많고 적음 사이"4쪽의 괴리를 좁히고자 책을 썼다고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평 걸음마를 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종종 어린이나 아가라고"5쪽 부르며 가르쳤다는 저자의 서평과 서평러에 대한 애정이 서평 가이드라는 분명한 목적에 잘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그 어떤 책보다 친절한 문체로 명확히 서평 쓰기를 설명해준다. 저자의 친절한 서평 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책을 읽기 전보다는 서평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 서평 흉내를 내고 싶게 하는 그런 책이다. 

 

 

『책 읽고 글쓰기』 목차

책은 서평에 대한 소개를 다룬 1부와 서평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 2부 그리고 서평 쓰기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꿀팁을 담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평 가이드 북으로써 부족함 없는 구성이며, 특히 필자처럼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도 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책 읽고 글쓰기』, 124쪽

저자는 서평을 소개하며, 서평의 기본 형식과 구조를 여러차례 강조한다. "구조는 우리를 안심"124쪽 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서평 쓰기를 막 시작하는 서평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책에 대한 판단과 비평을 돕기 위해 "판단에 이르는 과정"128쪽도 소개해주고 있어, 서평으로 가는 길을 초보자도 제법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소설 서평의 경우에는 책에서 결정적인 장면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꼽아서 분석해보라고 하고 학술서의 경우에는 동일한 내용을 다룬 다른 저서와의 차별성에 주목해보라고 조언한다. 시집의 경우에는 모든 시를 다 아우르기 어렵다면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을 꼽아보고, 시인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구절을 고민해보는 등, 책의 종류별로 세분화해서 비평할 거리가 무엇인지 정리해주고 있다.

 

 

『책 읽고 글쓰기』, 144쪽

책에 제시된 가장 안 좋은 사례도 서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가 이전까지 책 후기라는 명목으로 글을 쓰며 일기나 사소설처럼 글을 시작했던 것을, 저자는 "절대로, NEVER, 단연코"144쪽 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실수로 언급하였다. "책과 나의 본격적인 만남 전의 스토리란, 서평의 좋은 글감이 아니다. 굳이 쓸 필요가 없다"146쪽. 서평을 읽는 독자는 "책"이 궁금한 것이지, "필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 그 스토리 쓰는 맛에 책 후기 썼는데, 이제 어쩌지....

 

 

서울대학교에서 인기있는 수업으로 2019년에는 우수교원상을 수상한 저자답게 글도 잘 읽힌다. 서평은 무엇인지,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서평에 대한 독자의 목표는 어느 수준인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각 과정의 단계별 내용은 무엇인지 각 장마다 설명이 일목요연하고 명쾌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설명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렇게 잘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서평'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설명의 행간에서 내공의 깊이를 가늠해볼 뿐이다. 중간중간 "지금 여기에 '분석', '판단', '평가'라는 단어가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는 독자라면 앞절을 다시 읽도록 한다"40쪽와 같이 독자가 책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길 바라는 저자의 배려는 덤이다.

 

 

서평에 대해 구글링으로 찾아보다보면, 블로그나 신문의 문화면에 서평에 대해 설명한 글이나 기사 정도만 나오거나 아니면 아예 학술적인 내용들 뿐이다. 서평 쓰기를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하면서도 서평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평 가이드를 찾기 어려웠다. 서평에 대해 아리송했던 필자도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고, 책 후기도 아닌 어중간한 글만을 쓰고 있었다. 좋은 책 리뷰 블로거들도 있지만 서평이라고 쓰인 많은 글들이 필자의 글과 대동소이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그야말로 획기적인 책이다. 축구사가 토탈 사커의 창시자인 요한 크루이프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면한준희의 인사이트 사커, 2020.6.16, 대중 서평사(?) 아니 필자 본인의 서평은 『책 읽고 글쓰기』의 등장 전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