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종의 기원_정유정

by ayubowan 2019. 3. 20.
종의 기원
국내도서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6.05.14
상세보기


1.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은데, 두 달째 돈을 못 벌고 있어 생활비도 빠듯해 책을 살 여유가 없다. 유투브한다고 들어가는 돈도 벅찬데 책이라니. 아, 물론 술 마시고 고기 먹을 돈은 있다. 책을 빌려서 볼 요량으로 학교 도서관에 졸업생을 위한 혜택이 있는지 살폈다. 책을 빌리려면 졸업생으로 등록을 하면 된다는데, 생각보다 등록비가 부담스럽다. (6개월 6만원, 1년에 10만원이라서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실 때 2만원 정도 쓴다고 생각하면 다섯 번 안 만나면 되긴 한데......) 


집 옆에 낙성대 공원에 조그만 도서관이 있었던 것이 떠올라 검색해보니 이거 기대 이상이다. 서울 시민이면 무료로 회원증을 만들 수 있고, 관악구에 있는 도서관끼리는 상호대차도 가능하고, 지하철 역에서 무인대출기를 통해 책을 받거나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2주에 5권까지. 1회에 한해 1주 연장도 된단다. 막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전공서적은 별로 없지만, 소설이나 일반 도서들은 꽤나 있다. 어플도 있어서, 앱으로 도서 검색이나 도서 신청, 대출 이력 관리도 된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앱이라 그런지 디자인은 똥이다. 기능만 충실히 잘 구현되는 실용성은 충분하다. 


기대를 안고 정보를 찾은 다음 날 바로 낙성대 공원으로 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책을 세 권 빌렸다. 내가 낸 주민세로 직접적인 혜택은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빨리 책이 읽고 싶어졌다.


관악구도서관 덕택에 책을 무료로 본 게 책 리뷰를 하기 전에 해야할 자랑이라 길게 적었다. 


회원가입은 관악구통합도서관 사이트에서 http://lib.gwanak.go.kr/

어플은 요기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eco.gwanak.ulibrary&hl=ko


2.

소설의 경우, 책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찾아 보지 않고 무지한 상태에서 작가 이름만 보고 혹은 표지만 보고 골라서 읽는 걸 아주 가끔 즐기고는 한다. 계획없이 정보없이 여행지에 도착해 새로운 장소에 대해 탐색하는 걸 아주 가끔 즐기는 것처럼.


소설은 어린 시절 형과 함께 첫영성체를 받기 위해 미사를 받던 장면을 회상하는 한유진이 피 냄새에 잠을 깨며 시작한다. 


- 하단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 


3.

정유정 작가의 글에 대해

작가가 글을 쓰는 쓸 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잘쓴 글이 무엇인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대학교 때 문학 수업에서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에 대해 열심히 다루웠던 것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네. 그건 아마도 턱을 괴고 잤기 때문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유정 작가의 글은 읽는 재미가 있다. 


흥분된 상황을 전달할 때도 그냥 흥분했다고 하지 않고, '흉곽이 뻐근해왔다. 위장은 공처럼 단단해졌다. 머릿속에선 수없이 해온 상상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따라가고, 알아차리고, 따라붙고, 도망치고, 쫓아가고, 숨고, 찾아내고, 대면하고....... - 201쪽 - '와 흥분했을 때의 행동이나 몸의 변화를 서술해주니 읽는 사람이 절로 흥분되고 긴장된다. 


김훈 작가의 글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형용사나 부사로 대상이나 행동에 덛붙여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때문에 일어나는 변화를 동사로 설명해주니 그 느낌이 오히려 더 잘 전달된다. 깊이 관찰하고 그 관찰을 말로 풀어내는 연습을 많이 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만 해본다. 


생생한 묘사 덕분에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그런 궁금증이 책을 계속 쥐고 있게 만든다. 논문을 이렇게 썼어야 하는데  


악에 대하여

결국 가장 악한 인물인 한유진만 살아남는다. 


살아 남은 사람들만이 번식하고 대를 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란 '종의 기원'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다른 분이 쓴 리뷰도 보았고, 작가의 말에도 그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책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 -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상위 1퍼센트에 혹하는 순수 악인인 프레데터 혹은 포식자로 나온다 - 를 상정하였지만, 인간이란 종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본성은 무엇일까. 악일까 선일까 혹은 애매함일까. 문득 회사 생활을 앞둔 나에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4.

내 본성에 있는 악함을 끄집어 내는 피 냄새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