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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지리의 힘_팀 마샬

by ayubowan 2020. 2. 23.
지리의 힘
국내도서
저자 : 팀 마샬(Tim Marshall) / 김미선역
출판 : 사이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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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새해가 시작되면 매번 형식적이나마 새해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상에 앉아서 이번 한해는 어떻게 살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과 목표들을 끄적였다. 그 목록 중에는 [책 꾸준히 읽기]가 항상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마 이번 연말이 되면 '아 올해 책 너무 적게 읽었다. 내년에는 진짜 열심히 읽어야지' 라고 내년의 목표로 또 적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연말에 할 후회는 뒤로하고, 연초에는 목표를 위해 조금은 무리하는 작심삼일의 시기인 만큼 읽고 싶은 책을 부지런히 사고 (더 이상 낙성대 도서관의 혜택을 받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사서 읽는다ㅠ) 부지런히 읽고 있다.

 

더불어 요즘 COVID-19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시간이 많아진 탓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감염자 수와 계속해서 엄격해지는 회사의 대응지침을 보면서 스스로도 움츠려드는 시기라 본의 아니게 책 읽는 데 쓸 시간이 늘어났다.

 

 

책을 고른 이유

지난 설 명절에 이모 댁에 갔다가 거실 탁자와 선반에 있는 책들 중에서 발견했다. 세계사에서 지리가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그 내용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이모랑은 다른 책(식물의 책, 기드온의 스파이 등) 이야기와 화초 이야기를 하느라 정작 이 책에 대해서는 여쭈어 보지 못했다. 그 궁금증을 풀 요량으로 골랐다.

 

 

간략한 평

기자인 저자 팀 마샬(Tim Marshall)은 책에서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북극까지 오세아니아와 동남아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에서 지리에서 비롯된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 격차 등에 대해 살펴 보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터넷만 접속하면 세계 곳곳의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비행기를 타면 하루면 지구 어디든 갈 수 있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우주도 갈 수 있는 지금 지리(地理, geography) 그러니깐 어떤 곳의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출처: 네이버 사전)이 세계사를 그리고 세계 경제를 좌우한다는 내용이 조금은 과한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동이 제한적있었던 과거에는 지리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을 수 있으나 현대에까지 그 '힘'을 발휘한다고 단정 하기에는 무리라 보았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해당 지역에서 지리 혹은 지정학적 위치가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나니 새삼 그 '힘'이 느껴졌다. 책의 원 제목인 'Prisoners of Geography'처럼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 인간, 그러한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국가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지리에 종속된 포로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쉼 없는 정진은 칼 세이건이 불렀던 저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에 우리의 경계가 한정될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지구로 내려와야 한다. 때로는 덜커덩거릴 수도 있다. 우리가 이 땅의 지리도 아직 정복하지 못했고 그것과 겨루려는 인간의 본성 또한 정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리는 언제나 운명들을 가두었다." (p362)

 

책을 읽다가 문득 나도 지리의 포로인 점이 있는지 자문해 보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반도이지만 섬같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나는 여전히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은 생경하다. 친구와 배낭여행을 하며 중국에서 라오스로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버스로 이동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라오스 국경을 통과하고 그 경계선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경하게 느끼는 거보면 이또한 지리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힘이 아닌가 싶다.

 

지리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그 경계를 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해보려는 시도가 가끔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