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하늘/나를 향하여

다리를 다쳤다. 아니 발가락에 금이 갔다.

by ayubowan 2009. 7. 14.



'브로콜리'씨의 뜬구림 잡기 1.

다친 발가락의 개똥 철학;)

휴-

비가 온다고 '오도방정'을 떤 것이 화근이었다. 맥주도 한 잔 걸치고, 오랜만에 친한 후배와 즐겁게 얘기하고 들어가는 길이 기분 좋아서 그랬을거라 생각한다. 맨들맨들하게 달아버린 쪼리가 물기있는 대리석 바닥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정신을 놓치는 않았지만, 충분히 조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비를 피하려고 달렸던게 정확히 24시간 전이다. 지금은 발에 물이 젖어 언제라도 냄새가 올라올 것만 같은 붕대가 감겨있다.

'비오는 날 조심히 걸어야 했는데, 그냥 비 좀 더 맞을걸...'
이라고 후회해도 병원비로 3만5천원이 나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카드로 지불되버린 돈을 되돌릴 수 없듯이, 금이 가버린 발가락은 앞으로 4주라는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고, 나는 '절대' 오도방정을 떨기 전 그러니깐 5511에서 막 내렸을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현실이 시궁창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되어있다.

5분 먼저가려다가 50년 먼저가요 
라고 안전운전 캠페인을 펼쳐도 자기는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을 하며 음주운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나도 내가 대략 전치 4주의 중상을 그것도 혼자 넘어져서 당할 줄은 몰랐다. 그저 약간의 즐거움과 약간의 비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현실이 그렇다.
시간은 흐르고, 다가올 나의 모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는 할 수 있다. 

삶의 흐름 속에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이 되게끔 변화시킬 수 는 있다.
의외의 '불운'이 그리고 의외의 '행운'이 찾아올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금이 가서 조금은 엊나가 있을 나의 발가락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