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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추천하는 한 주간의 시8

4월 다섯 번째, 지나가기_김규화 김규화 왔다가 가는 데는 걸림이 없기.그림자 가리다가 가는 것 같이미풍이 살랑이다 그친 것 같이기대란 철없다, 열정은 쉽게 탄다.시냇물이 냇가의 포플러나무내려보는 곳에 흐르듯그렇게 보고가기.참으로, 약속은 않는 준비를 하자.동구밖 나무가 마을 바라보듯이나뭇가지 새로 바람 지나가듯이물이 되어 물과 섞어지게하고영원 속의 영원이 되어,참으로, 약속은 않는 준비를 하자.해를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같이모양이 없는 몸 속의 마음 같이그냥 내쉬는 숨같이왔다가 가는 데는 걸림이 없기. 2013. 5. 16.
5월 첫 번째, 단추를 채우면서_천양희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단추를 채우는 일이찬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누구에겐가 잘못하고절하는 밤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그래, 그래 산다는 건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차기 같은 것이야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2013. 5. 16.
4월 네 번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_김광규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띈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저마다 목청껏 불렀다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우리는 모두 무언인가가 되어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회비를 만 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떠도는 이.. 2013. 4. 25.
4월 세 번째, 사랑법_강은교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 2013. 4. 17.
3월 두 번째, 결혼에 대하여_정호승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가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 2013. 4. 9.
3월 첫 번째, 이별역_원태연 원태연 이번 정차할 역은이별 이별역입니다. 내리실 분은잊으신 미련이 없는지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내리십시오. 계속해서사랑역으로 가실 분도이번 역에서 기다림행 열차로 갈아타십시오 추억행 열차는손님들의 편의를 위해당분간 운행하지 않습니다. 2013. 4. 9.
4월 첫 번째, 발자국_도종환 도종환 발자국아, 저 발자국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2013. 4. 9.
4월 두 번째, 주막에서_김용호 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길 옆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이 빠진 낡은 사발에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정(情)처럼 옮아오는막걸리 맛 여기대대(代代)의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알맞은 자리, 저만치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인생을 안주하여주막을 나서면노을 빗긴 길은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누가 또한 닿으랴이런 무렵에 -------------------------------------------- 친구가 추천하는 한 주간의 시 특집.앞으로 까먹지 않게,블로그에라도 적어놔야지 - 다들,일주일에 시 한편! 이래야, 부담감을 갖고 빼먹지 않고 알려주지 ㅋㅋ 2013.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