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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_ 정혜윤

by ayubowan 2009. 11. 22.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정혜윤 (푸른숲,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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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 오랜만에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지난 몇 개월 간 즐겁게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 
주말에 책을 잡고 누워있을 시간이 없어서 이기도하고
이공계 대학원생의 게으름이 발동된 것이기도 하다.

정말 오랜만에-
의도했든 의도치않던
여유 시간이 생겼고 다 읽었다.

다른 생각을 안하려고 열심히 읽었는데,
무슨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지-
오히려 심란해 진 책.

2. 사실, 좀 어려웠다. 
어려운 단어들, 모르는 책들이 계속 나열되어서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은 그런 책.

3. 나의 인생을 책으로 엮어볼 수 있을까 나중에 라도...

4. 
진중권, 정이현, 공지현,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에 관한 책.

본문읽기:)

+ 정이현

p52
그녀는 90년대 초반의 정서를 '이도 저도 아닌 정서'라고 표현했다. 남자 친구를 거추장스러워하면서도 떠날까 두려워했고 그녀와 동갑내기인 서태지에게는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열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시절의 우리들은 속물적인 동시에 민주적이었고, 약삭빠른 동시에 순박했고,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이었고, 경멸하는 동시에 닮고 싶어 했고, 무거운 동시에 가벼웠다.

p55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항상 70퍼센트 정도만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요!!!! 이제 그만 이도 저도 아닌 경계인에서 벗어나고 싶다- 
연애하면서 누군가에게 맘을 다 열지 못하고 관계에 이도 저도 아닌 연애의 경계인. 항상 그랬다. 나는. 한번도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별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에 충실하고 100% 전력을 다하자. 그래야 겠다. 아니 그러고 싶다.

삶의 '줏대'에서도 마찬가지이고)

+  이진경

p177
상처에 매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는 사람,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떠돌아다녀도 유목민이 아닙니다. 유목민과 다 쓴 땅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이주민을 혼동해선 곤란합니다. 오히려 유목민은 사막이나 초원처럼 불모의 땅이 된 곳에 달라 붙어 거기서 살아가는 법을 창안하는 사람들 입니다. 유목민은 떠나는 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창조하는 자입니다.

+ 변영주

p191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 정도일 것 같아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손잡고 다정하게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 거죠. 내가 지금 큰 변화는 원하고 있는데 내 삶은 행복하고 안전하고 인간적이라면 그건 이상하단 걸 알게 된 거죠. 우선 내가 행복하지 못하니까 세상과 싸우는 거지 나는 행복한데 남을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은 틀린 거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에요.

(봉사활동 조금 했다고, 기부 조금 했다고 허세 떨지 말자.
누군가는 정말 절박해서 거대한 권력에 맞서서 '투쟁'하고 세상과 싸우고 있는 거다.
'공감' 이전에 '동정'이 먼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리고 진실하게 바라보기)

+ 박노자

p269
자네가 큰 조롱박을 세상일에 어두운 어린아이에게 주면 그 아이는 그것으로 물을 담거나 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그것을 물에 띄워놓고 가지고 놀 것이네. 왜냐하면 조롱박을 물에 담거나 뜨는 데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발명한 것이지 결코 조롱박의 천성이 아니기 때문이네. -장자-

(일반적인 생각들, 익숙한 것들, 당연한 것들에 의심을 품는 것-
의문을 제기하는 것. 좋은 자세다:)

p.s.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목록이 두 배는 되었다.
1.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안젤름 그륀
2. 깨어나십시오, 앤소니 드 멜로
3. 열정, 산도르마라이
4.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 존 벡위드
5. 고금소총
6.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8. 새의 선물, 은희경
9.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10.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11. 빅토리아의 발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12.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