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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국내훈련

23th ~ 24th - 산악도보훈련 (오대산)

by ayubowan 2010. 11. 17.
오대산 산악도보훈련은 마치 논산훈련소에서 야간 행군을 가는 그런 기분이다. 이것만 하면 진짜 다 끝이 보일 것 같은 기분.
(고작 4주 훈련으로 이런 말을 쓰고 보니 현역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어쨌건 거의 마지막까지 온 그래서 약간은 정리의 시간 같다는 느낌이 든 그런 훈련이었다.


오대산까지 가는 길은 즐거웠다. 길도 막히지 않고 일반 단원을 본다는 들뜸이 더하여 후후훅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집중의 박수가 남발하여 조금 즐거움이 반감되긴 했지만 
방 열쇠만 받고는 더 이상 집중하지 않아도 되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집중의 박수" 
"집중!!" 
"이 줄 끝에 분이 안하고 계시네요. 다시 한 번! 집중의 박수!"

저녁 시간 전까지는 자유 시간을 보냈다.
일단 단원과 관계가 소원한 우리는 먼가 우리보다는 한결 즐거워 보이는 그 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우리 만의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으악!!! 나는 남자다Ⅹ3"


산악훈련은 8개 조로 편성되어 있다. 
역시나 OT 시간에는 조장과 부조장을 정하고 조구호, 조가, 조깃발과 같은 항상 만들고 나면 쓰지 않지만 꼭 만들라고 시키는 그런 것들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칠줄도 모르는 화투의 일광을 그리기 위해 애를 썼고 간만에 하는 색칠 공부와 율동에 다니지도 않은 유치원을 정말 진심으로 졸업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만들고 나니 조금 친밀감을 느낄 수는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푹자는데 부지런한 같은 방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늦지 않고 잘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24일차 산행이 시작되었다. 
모닝똥에 신체 리듬을 맞춰놔서 인지 화장실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쾌하게 하루를 출발했다.
"일광 일조 화이팅"

인트로덕션이 너무 길었다.
소금강에서 노인봉을 오르는 코스는 생각보다 평이했다. 중간중간 눈을 즐겁게 해주는 비경이 있어서 환기도 되서 인지 큰 어려움없이 사브작사브작 올라갔다. 의도와는 다르게 아주 가끔 생각하고 많이 떠들면서 올라갔다. 원래 이러라고 산행을 시킨 건 아닐텐데. 노인봉 대피소 부근에서 급경사가 나와 조금 숨이 가파졌지만 노인봉에 올라 아무 것도 안보여서 그냥 내려올 때의 찹찹함에 비하면 가픈 숨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 그래도 정상에서 이쁜 여자를 봤으니 나름 산행이 의미가 있나?!
"일광 일조 화이팅"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더 평이했다.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풍경들이 펼치졌고 길이 쉬워서 인지 원래 졸린 시간인지 졸음이 찾아왔다.
그러면 안되는데 터퍽터퍽 내려왔다. 그러고 야간행군이 끝날 때 처럼 약간은 허무하게 그리고 약간은 기분 좋게 성취감을 느끼며 산행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아직 가방엔 나누어준 과자와 사탕과 오이가 산적한데 벌써 산행이 끝나다니 더 산에 있고 싶다
이런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지만 여하튼 가방은 무거웠다.


근데 왠걸,
전혀 흐름에 맞지 않게 막걸리 파뤼가 열렸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소장님의 한 턱이라나 뭐라나-
높으신 분의 무슨 뜻이지는 모르겠으나 쾌재를 부르며 드링킹했다.
"후루룩" 
"쩝쩝"

그렇게 국내 훈련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대산 산악훈련이 끝났다.
들뜬 마음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고도 남을 만큼 집중해야했고 막걸리 파튀까지 완벽했다.
돌아오는 길에 유리창이 깨져서 자꾸 유리가루만 날리지 않았다면 더 완벽했을텐데-

아-
진짜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