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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6월 두 번째, 빈 항아리 1_홍윤숙

by ayubowan 2013. 6. 9.

<빈 항아리1>


홍윤숙


비어있는 항아리를 보면

무엇이든 그 속에 담아 두고 싶어진다

꽃이 아니라도 두루마리 종이든 막대기든

긴 항아리는 긴 모습의

둥근 항아리는 둥근 모습의

모 없이 부드럽고 향기로운

생각 하나씩을 담아 두고 싶어진다

바람 불고 가랑잎 지는 가을이 오니

빈 항아리는 비어 있는 속이 더욱 출렁거려

담아 둘 꽃 한 송이 그리다가

스스로 한 묶음의 꽃이 된다

누군가 저처럼 비어서 출렁거리는 

이 세상 어둡고 깊은 가슴을 찾아

그 가슴의 심장이 되고 싶어진다

빈 항아리는 비어서 충만한

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