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태백산맥, 2부 민중의 불꽃, 4권 - 5권_조정래

by ayubowan 2013. 6. 24.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01-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여순반란사건을 축으로 한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형상화한 대하소설...
가격비교


4권, 9p

민심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가변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건 바람 같은가 하면 안개 같기도 했고, 그런가 하면 물 같기도 했다. 바람처럼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으면서 어느 순간마다 언뜻언뜻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결정적인 경우에는 폭풍으로 몰아쳐오는 것이었다. 


- 중략 - 


장날이면 호의를 가지고 말을 걸어도 잔뜩 주눅이 들어 말더듬이가 되는 그들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한 방울의 물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순간에는 한 발 앞도 분간 못하게 하는 진한 안개로 뭉쳐지고, 어떤 계기에는 강둑을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성난 물줄기로 한덩어리가 될 수도 있었다.


4권, 220p-221p

"관공서고 워디고간에 심쓰는 자리넌 다 그 똥묻은 잡것덜이 차지허고 앉었는디, 고것덜얼 몽땅 콩밥믹이자고 허먼 나랏일이 워찌 되겄냐 그것이여"

"허, 이사람 참말로 걱정도 팔자고, 구데기 무서바 장 못 담구고 앉었네그랴. 그 드런 놈덜 싹 다 쳐내뿌러도 신선맹키로 깨끔헌 사람 을매든지 있어. 친일헌 놈덜이 지아무리 많혀도 친일 안허고 깨끔허니 산 사람덜이 멫 십 곱절 많다는 것을 알아야 써. 친일헌 놈덜얼 처벌혀야 헌다는 것이 먼디. 고놈덜이 바로 깨끔헌 둠벙물 꾸정키리는 느자구웂는 미꾸랑지새끼덜이라서 그런 것 아니겄어!"


- 중략 - 


"방구가 잦으먼 똥 나온느 법잉께 기둘려보르다고."

"방구먼 다 방구간디? 헛방구도 있고, 핏시방구도 있제. 뜸 딜이다가 밥 다 태와뿌는 수가 있응께 앵달아서 허는 소리네."


5권, 19p

동학이라는 종교사상이 갑오란을 일으켰는냐, 농민들이 그 종교사상을 행동의 계기로 삼았느냐가 문제인 것인네. 다시 말해, 어떤 사상이 다수의 사람을 의식화로 무장을 시키는 것이냐, 아니면, 다수의 사람이 공동으로 처한 생활의 악조건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사상을 필요로 하느냐 하는 점일세. 그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호작용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보통이지만, 갑오년 농민항쟁의 경우에 있어서나 지금 우리의 상황에 있어서는 후자의 경우가 분명하네.


5권, 23p

그(박두병)는 식자가 좀 들었다는 사람들이 농민들을 무조건 무식하다거나 무지한 집단으로 몰아 무시하고 멸시하는 태도에 대해 무엇보다도 분개했다. "그건 글줄이나 읽었다는 자들이 저지르는 가당찮은 착각이고 자만이고 오해야. 인생살이 전체를 놓고 생각해볼 때 유무식의 차이란 글줄을 읽고, 안 읽고의 차이가 아닐 것이네. 그건 인생살이의 진실이나 고통을 얼마나 아느냐, 모르느냐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네."


5권, 210p

혁명의 본질은 인간으로부터의 인간해방이며, 진정한 인도주의의 완성이다. 확고한 의식도, 열렬한 투쟁도, 모두 혁명에 이르는 과정의 수단으로써 필요할 뿐이다. 그러므로 선행되고 바탕을 이루어야 하는 건 인간에 대한 불변의 긍정과 사랑이다. 그것이 결여되면 의식은 편파성을 면할 수가 없고, 투쟁을 파괴성으로 오인하게 된다. 다시 말해, 혁명은 인간의 삶의 창조고, 투쟁은 그 건설을 위한 도구다. 그러므로 혁명의 적을 척결하기에 앞서 보다 많은 동지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혁명의 본질을 경시하며 투쟁을 위한 전략전술에만 너무 치우쳐 있지 않나 하는 점을 언제나 반성하고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