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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태백산맥, 4부 전쟁과 분단, 8권 - 10권_조정래

by ayubowan 2013. 7. 28.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01-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여순반란사건을 축으로 한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형상화한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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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독 

5월 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정말 때가 되면 읽나보다. 그렇게 손이 안가던 - 검은색 바탕에 투박한 것으로 이루어진 산세 험하고 준엄한 산이 그려진 표지에서 부담감을 느꼈던 - 책을 집어 들고 이렇게 몰입해서 읽었으니. 


2. 불온서적

89년- 노태우가 대통령이던 시절 - 에 이 책이 처음 나왔으니 불온서적이라고 지정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성 우익에 비해 빨치산을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묘사한 것이 그 당시 위정자들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물론 지금도 입에 거품물고 나무라실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엄밀한 사실 여부는 좀 더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해방 직후부터 6.25 전쟁까지의 이념 대립에 소용돌이치던 우리의 역사를 그리고 그 속에서 신음하던 그리고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3. 빨치산과 현실 비판

빨치산 내지는 남로당에 투신하여 활동했던 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끼실까?


그렇게 성취하려고 노력했던 인민 해방과 차별없이 사는 세상을 꿈꾸고 혁명을 위해 투신하였던 그 분들에게

김일성을 위시로 하여 대물림되는 독재체제를 갖추어 버린 북한 -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 은 어떻게 다가올까?


경제화와 민주화를 다 성취했다고 스스로 홍보하고 있는 우리는 그 분들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말했던 그 목표점에 도달한 것일까?

계급사회에서 소외받던 백정, 노비 등의 기본출과 빈농 출신들이 많이 가담했다던 빨치산이 지금도 유요한 것은 아닐까?


4. 삶과 역사

결국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이다. 지주라고 다 같은 지주가 아니고 - 세무서장 최익도나 금융조합장 유주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범우의 아버지인 김사용 같은 지주도 있고, 경찰이라고 다 같은 경찰이 아니다 - 보성서장 남인태보다는 벌교서장인 권병제나 보도연맹 처형을 거부한 이익술 같은 경찰도 있다.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보통은 잘못인줄 알지만 먹고 사는 것 때문에 내지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해서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벌교서장 권병제나 계엄군 사령관 심재모 같은 처지에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을 바르게 하고 '행동'을 고민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거지. 


사실, 염상진이나 안창민이 빨치산으로 활동하면서 했던 수많은 연설에 등장했던 혁명과 역사에 대한 인식에 쉬이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무언가 말은 맞는 거 같은데 감정적으로 가까워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랄까 - 예전에 이슬람에 대한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그런. 역사를 위해 그리고 혁명의 성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졌던 빨치산처럼 투철한 역사 의식이 부족해서 이리라. 하지만, 책의 말미에 있었던 한장수 노인의 독백이 와닿았다. 작은 작은 참여가 모아져서 동학운동, 삼일운동을 하고 4.19 혁명이나 5.18 민주항쟁이 이루어졌듯이 쓸만한 사람들이 자라고 힘들이 모아지면 그렇게 변화가 일어나겠지. 그게 지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5.18이 일어난지도 33년이 지났으니......


본문 중에서


8권, 28쪽


나는 이제 여기를 왜 왔는가. 민족해방을 위해서? 그래, 역사의 바른 편에 서고자 했던 작은 의지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니냐. 역사는 당장 손에 잡히는 실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역사는 지금 당장 한 벌의 솜옷을 당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건 이런 시련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그것의 존재를 믿을 때, 그리고 행동할 때 그것의 실체는 드러난다. 이학송은 손등에 매운 눈물을 찍어냈다. by 이학송


8권, 323쪽


법원 뒷마당에는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넘치고 있었고, 붉은 벽돌 담을 따라 선 나무들은 윤기나는 진초록빛 잎들로 무성했다. 그 나무들 사이에 구름덩이마냥 탐스럽게 부풀어오른 연보라빛 꽃송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수국이었다. 아아, 곱기도 해라! 소화는 그 복스럽게 생긴 꽃덩이들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솟았다 수국은 자신이 유독 좋아하는 꽃이었다. 야하지 않으면서 고왔으며, 유별나지 않으면서 풍성했고, 별스럽지 않으면서 경건했다. 그리고, 수줍은 듯하면서 어딘가 슬픈 그늘을 간직한 꽃이었다. 먼발치에서 보면 풍성한 하나의 꽃송이로 보이는 것이 실은 한 개의 꽃송이가 아니었다. 그건 수십 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한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꽃덩어리였다. 그래서 수국꽃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덩이 같기도 했고, 더없이 넉넉하고 풍요로오 보이기도 했다. 소화는 문득 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by 소화


9권, 255쪽


어차피 허무한 인생이니 그저 그렇게 한평생 살아가자는 그 말은 무척 초연한 것 같고, 달관한 것 같은 것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간교하고 음흉한 함정이 수없이 파여 있었다.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빈손인 공수래공수거가 아니더냐...... 아주 감상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이 읊조림이 사람들의 의식을 최면시켜나가면서 깊이 심는 것은 체념과 패배주의였다. 그 대중최면의 체념과 패배주의를 짓밟고 올라서 지배계급은 맘껏 권력을 휘둘러대고, 그와 야합하는 기득권세력은 마음대로 착취를 일삼는 것이며 - 후략 - by 김미선


9권, 282쪽


나가 조 동무럴 좋아허는 대목 중에 한나가 탱자까시겉이 꼿꼿헌 양심인지, 요것덜얼 갖고 옴스로 폴쎄 조 동무가 그 점을 끌탕잡을 거이다 생각혔구만. 근디 말이여, 원칙은 지키라고 정헌 것잉께 꼭 지켜야 허는 것이야 당연 지산디, 고것도 사람이 서로가 위험스로 탈웂이 똑바라지게 살아보자고 맹글어낸 것이 분명헐시, 고것얼 지켜도 사람얼 우선으로 생각혀서 받들고 위허는 쪽을 늘품있이 지키고, 낙낙허게 지키고, 푼더분허게 지키고 위허는 쪽으로 혀얄 것 아니드라고? 조 동무가 허는 대로 허자면 빡빡허고 땁땁허고 깝깝혀서 사람이 원칙얼 지킬라고 사는것이다냐, 사람보담도 원칙이 더 중허고 웃길이다냐, 어질어질혀질 판이여. 조 동무가 안직 펄펄허게 젊어서 그러기도 헐 것인지, 그리 대꼬챙이맹키로 뻣시기만 혀갖고는 조직생활이 에로와. by 노만석


10권, 259쪽


모든 사람은 목숨이 하나씩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꼭 죽고야 맙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죽기를 원합닊! 착취자들처럼 배부른 돼지새끼들로 죽기를 원합니까? 아미면, 착취자들에게 붙어먹은 더러운 개새끼들로 죽기를 원합니까! 

- 중략 -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나 동지들을 버리고 하산해서 돼지새끼들과 개새끼들에게 동지들을 팔아먹는 더럽고도 또 더러운 여우새끼들로 죽기를 원합니까. by 염상진


10권, 328쪽


말자리나 허고, 생각 똑바라지게 묵은 젊은 사람덜언 다 죽어뿔고 인자 나 겉은 쭉징이에, 지 욕심 채리는 것덜만 남었구만. 해뱅아 되고 이적기 팔년 쌈에 죽기도 많이덜 죽었제. 쓸 만헌 사람덜 요리 한바탕씩 쓸어불고 나먼, 그만헌 사람덜이 새로 채와지자먼 또 을매나 긴 세월이 흘러야 허는겨? 인자부텀 새로 낳은 자석덜이 장성혀야 헌께 한시상이 흘러가는 세월이제. 그렇제 갑오년 그 쌈에서 삼일만세까지가 시물다섯 해고, 삼일만세에서 해방꺼지가 또 스물여섯해 아니라고. 인자부텀 또 그만헌 세월이 흘르먼 워찌 될랑고? 잉, 또 그런 심덜이 모타지겄제. 세월이란 것이 그냥 무심허덜 않는 법이고, 사람 사는 시상이 다 쭉찡이로만 채워지덜 않는 법잉께. 나가 질게 살아옴서 보고젺은 세월이 그렸어. 나도 참말로 징허게 오래넌 살았구마. 인자 나 겉은 쭉찡이부텀 얼렁얼렁 가야제. 그려야 새로 타고난 목심덜이 묵고 커날 것잉께. 복동이도, 동기도, 삼수도 웂는 사랑방얼 혼자서 지키기도 인자 심팧는 일인께. by 한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