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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공터에서_김훈

by ayubowan 2020. 4. 26.
공터에서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해냄출판사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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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파주 출판단지 내에 있는 '지혜의숲' 도서관에 들렀다가 구매하게 됐다.

책 구경하러 가기 좋은 도서관이다.

 

지혜의숲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문발동 524-3)

place.map.kakao.com

 

 

김훈의 글

역시나 흡입력이 대단하다.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상황을 묘사하고 서술하는 문장의 생동감이 압도적이다. 형용사와 부사를 잔득 넣어 수사적으로 글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와 동사로 상황이나 배경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동적 표현이 소설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김훈의 문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음 링크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92434/1)

 

마동수의 마지막 의식은 시간의 파도에 실려서, 삶과 죽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세 번째 썰물에 실려 저편으로 아주 건너갔고, 다리가 오그라졌다. 11쪽

 

피난민들은 바닷물로 똥구멍을 닦았다. 똥 덩이들이 파도에 떠서 해안으로 밀려왔다. 갈매기들이 똥 덩이를 파헤치며 끼룩거렸다. 13쪽

 

죽음의 순간과 피난민들의 처절한 현실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장면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건조한 단문의 문장이 모여 힘을 발휘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쉽게 읽히는 단문들이 소설 속 시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생동감이 배가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좋은 글, 좋은 이야기를 접하며 이야기 속 인물에 감정이입하고 그 세계를 상상해보는 등 잡생각의 삼천포에 빠지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총평

마동수와 이도순 부부, 부부의 두 아들인 마장세와 마차세 그리고 마차세의 아내 박상희와 친구 오장춘을 중심으로 일제시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마동수와 이도순 부부를 통해서는 일제시대부터 6.25를 거친 격동의 시대를, 마장세와 마차세를 통해서는 5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겪은 고단함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 내내 먹먹하고 헛헛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마냥 좌절스럽지만은 않다. 희망을 불씨를 조금은 남겨둔채 이야기가 끝난다.

 

문득문득 그의 글에서 흙 냄새가 났다. 허무주의적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남루한 서민의 삶이 녹아있어서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