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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300_나는 왜 불온한가

by ayubowan 2009. 1. 26.
나는 왜 불온한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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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첨부"라는 새로운 기능을 알게되서,
이제부터는 요거를 이용해서 책을 찾아보신 분들이 바로 링크를 탈 수 있게ㅋㅋ


김규항.
전부 다 공감할 수 는 없지만,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짧은 글들...
머리 속으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머리말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19쪽
학교의 야만을 잘 알면서도 그걸 고치려 연대하기보다는 제 자식만 생각해 교사와 거래를 시도하는 부모들의 반동적 이기심이 또 다른 문제라는 첫번째 분석을 내놓았다.

31쪽
역사가 보여 주듯, 세상은 '꿈을 꾸는 사람들'로 바뀐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 가능한 선으로 조정된 꿈'이 아니라 '불가능한 꿈'이다. 모든 크고 작은 역사적 성취들은 그것이 성취되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한 꿈'이다. 모든 크고 작은 역사적 성취들은 그것이 성취되기 직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한 꿈'이다. 인류는 한치도 쉬지 않고 그 사회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자본주의 역시 결국 더 나은 체제로 극복될 것이다. 믿기지 않는가. 그렇다면 잠시 눈을 감고 중세의 암흑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 근대 사회가 올 거라 믿기는가?

39쪽
9.11은 어느 호사스런 서양학자의 말처럼 '문명의 충돌'이 아니고, 부시의 말처럼 '자유에 대한 침범'은 더더욱 아니며, 단지 '오랜 일방적 가해자의 무소불위한 권세 덕에 단 한번도 제대로 인류 앞에 제 억울함을 알릴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한 앞에서 '폭력은 모두 나쁘다'는 지당한 말씀이나 읊조리는 일은, 동네 양아치의 싸움 앞에서 '누가 먼저 때렸는가'를 따지는 파출소 순경보다 한가롭다.

49쪽
세상은 '학생 시절에나 하는 운동'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일생에 걸쳐 간직되는 신념으로 바뀐다. 그 긴 신념은 운동을 세상의 모든 지점으로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운동하는 판사, 운동하는 국회의원, 운동하는 배우, 운동하는 코미디언, 운동하는 투수, 운동하는 장군, 운동하는 사장...... 세상의 모든 지점에 운동이 스며들 때 세상은 비로소 바뀔 것이다.

79쪽
나는 그들이 세상이 우러러보는 별난 사람으로 자라기를 눈곱만큼도 바라지 않지만 세상의 공정함을 좇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그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자본주의적 이기심이 가장 인간적인 품성으로 추앙되고 남을 누르고 빼앗는 능력이 사회적 능력으로 설명되는 세상에서 사람다운 사람의 유일한 요건은 공정함을 좇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98쪽
대개의 사람들이 조금씩 하루도 빠짐없이 신념과 용기와 꿈이 있던 자리를 회의와 비굴과 협잡으로 채워 갈 때, 그런 순수한 오염의 과정을 철이 들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거대하게 담합할 때, 여전히 신념과 용기와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119쪽
어디서나 좋은 사람 소리를 듣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헤아릴 수 없는 옳음과 그름으로 중첩되어 있는데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근거하면,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란 대개 가장 세련된 처세술을 가진 위선자들이다.

(이 문구는 다 공감할 수 없지만, 일면 타당한 듯, 나 처럼 정치적 성향 내지 의견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 수 도 있다.
그래도,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 될 수 는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 관계가 활동가로써 만나는 것은 아니니깐;)

124쪽
써라. 써서 짭짤한 원고료 받아 귀여운 새끼 운동화도 바꿔 주고 늙은 어미 맛난 것도 사드려라. 기왕이면 사진도 크게 박아, 옛 애인과 재회도 하고 동네에서 명사 행세도 실컷 해라. 다만 고작 그런 이유로 지식 넝마들을 팔아넘기는 주제에 무슨 대단한 자유주의적 양식이라도 지키는 양 떠들지는 마라. 그 범죄조직에 숨이 넘어간 사람들이 얼마며 그 범죄조직 덕에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잘 알면서, 제발이지 허튼수작들 부리지 마라.

135쪽
'국익'이란 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속여 이르는 말이다.

160쪽
제 자식이 '진보적인 엘리트'가 되길 바랄지언정 고등학교나 마친 노동자가 되길 바라는 좌파 인텔리를 본 적이 있는가? 제 자식이 이른바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걸 꺼리거나 적어도 진지하게 부끄러워하는 좌파 인텔리를 본 적이 있는가?

175쪽
딸은 단지 딸아들 하는 자식 중의 하나가 아니다. 딸은 한 남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가장 정교하게 알아낼 수 있는(폭로하는) '삶의 시험지'다. 한 남자가 '딸에게서 존경받는 인간'이 되려고 애쓴다면 그의 삶은 좀더 근사해질 것이다.

203쪽
사람들은 지난 올바른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297쪽
바람이 차가워지기에 미선이 효순이에게 들렀다.
벙커들이 줄을 선,
앞을 보면 앞이 캄캄하고 뒤를 보면 뒤가 캄캄한 그 길에.
양놈 차도 조선놈 차도 여전히 씽씽 잘도 달린다.
바람이 물었다.
너희들이 인생이 잠시 속도를 줄이지 않을 만큼 대단하니?
아이들은 쉬고 있니?
못난 나라, 못난 사람들을 떠난 그 아이들은?

325쪽
'평범한 사람'이란 학벌이나 재산, 혹은 사회적 지위 따위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인데......""세상이란게 그런 거지......"

326쪽
파시즘의 요체는 억압이 아니라 '대열'이다. 억압은 저항하는 극소수에게만 필요할 뿐 나머지는 대열이면 족하다. 늘 대열을 이루고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습성만 길러 놓으면 수천만 명도 줄에 달린 인형처럼 쉽게 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