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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sia

Asia (고민 _ 꿈 _ 휴학 _ 여행 _ 과거)

by ayubowan 2009. 2. 28.

고민

4학년 1학기. 으레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다 그렇듯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술잔을 기울이고는 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서
"앞으로 뭐하면서 살지?"
"무얼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인생의 목적, 목표는 뭘까?"
따위의 진작에 고민하고 답을 내렸어야 하는 문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군대, 휴학 등의 외도 없이 쉼 없이 7학기째를 다닌 내가 1급 현역 입영 대상자로서 현역에 입대하여 나이 어린 선임들에게 갈굼을 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지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KOICA, 장교, 대학원 등등의 몇 안되는 선택지 중에서 유독 "대학원"이란 문항이 가장 쉬운 답 같았고, 궁서체Bold를 하여 20정도의 크기로 쓰여 있었다. 
거의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수정이 불가능한 답지에 마킹을 하려는 순간 다행인지 불행인지 크기 20에 굵게 처리된 고딕체의 대학원을 선택하는 순간 내가 또 바로 선택해야만 하는 필기체의 크기 2로 쓰여진 수 많은, 아니 너무도 많아서 선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연구실 결정"이란 선택의 난관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민에 대한 해답 없이, 나를 선택의 기로에 당당히 세워줄 그 무언가가 없이 휩쓸려 갈꺼만 갔다는 생각이 너무도 강하게 들었다.

휴학

어지간히 고민하는 척 하네. 쯧.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깐.
그렇다. 모든 문제에 부딪쳤을 때마다 항상 그렇지만 결국 선택은 한 순간 어떤 끌림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37p,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여행

우리는 우월의식을 느끼며 쉽게 쉽게 제3세계라고 부르는 그 곳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빠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아시아가 낫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돌이켜보면 내가 아시아로 배낭여행의 첫 여행지를 택한 건 지극히 이성적이고, 정상적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 과정에 의하면 말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그냥 "가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면 될거 같지만
그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언젠가라는 시간이 갑자기 4학년 여름에 "고민 _ 꿈 _ 휴학"의 과정으로 덜컥 다가 온게 아닐까.

과거

벌써 배설해 버린 몇 개의 여행기에도 짤막하게 썼던거 같은데 햇수로 2년 전이다.  (이럴때 쓰라고 "벌써"라는 단어가 있는거 같다. 휴-)
왜 하필이면 2년이나 지난 그래서 그 당시 입장료니 밥 값이니 게스트 하우스의 정보는 빠르게 변하는 제3세계 국가에서 이제는 별로 필요도 없게 되버린 그런 주제에...
사실 그런 정보를 열심히 적어둔 가계부는 이미 인도의 쓰레기장이나 기찻길 옆 황무지 위에 아무렇게나 나뒹굴 신세가 되어버려서 결코 정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그 과거가 나의 현재를 사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니 나를 지탱하고 있기에...

p.s.1
요즘 같이 배낭여행이 대학생의 필수 코스인 시대에 나의 경험이 뭐 특별할까 만은,
25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기에, 열심히
글 같지 않은 글 + 사진 같지 않은 사진
으로 배설하겠다.

똥도,
다 쓸모가 있는 법이다.

Start Travel diary.

p.s.2
아 그래서 고민에 대한 답은 얻었냐고?
아직 여전히 그 고민은 유효하다.
여전히 선택의 기로 언저리를 멤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