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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sia/Laos

라오스, 운동장 풍경...

by ayubowan 2009. 3. 11.
우돔싸이주 경기장 (Udomxai Province Stadium)

우돔싸이는 라오스 북부, 중국과 국경을 대고 있는 주(province)이다.

그곳에서 머무른 첫 번째 숙소에서 짐을 풀고 창문을 열었는데 창문 너머로 넓은 운동장이 보였다.
군데군데 파여서 흙이 보이는 잔디 운동장.

저녁 무렵 도시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운동장을 찾았다. 혹시나 축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집집마다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무렵의 운동장은 경쾌하고 생기넘쳤다.

1. 큰 골대를 사이에 두고 시합을 벌이고 있는 10대 후반 ~ 20대의 남자들
2. 골대 뒤에서 골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공을 쫓아다니는 초등학생 또래의 남자 아이들.
3. 운동장의 구석진 곳에서 고무줄, 규칙을 알 수 없는 놀이를 즐기는 여자 아이들.

그들의 외침과 웃음 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엄마가 밥 먹어야지 하고 부르기 전까지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기세로 말이다.

축구라도 한 번 해야지 했던 마음으로 찾은 운동장에서,
벤치에 앉아 너무나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느라 축구하려던 본래의 목표를 까먹고 말았다;)
그리고 멀지 않아 해가 저물어 가서 아이들이 다 집에 가 버렸거든.



그래서,
다음날은 꼭 축구를 같이 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운동장을 다시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무리 기다려도, 큰 골대를 사이에 두고 운동할 10대 후반 ~ 20대의 남자아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대학 동아리 축구 실력 좀 보여 주려했더니...쳇.

그렇게,
철푸덕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는데 한 무리의 꼬마아이들이 나타났다.
축.구.공을 가지고.


1시간 정도 정신 없이 놀았다. 골키퍼도 해주고, 신발을 골대 삼아 미니 축구도 하고...
그렇게 허물없이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23살의 대학생과 어린 아이들은 웃을 수 있었다.

같이 땀을 흘린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소유를 주장하지 않고 기꺼이 같이 공유하여준 그들이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던 그런 날이었다.


p.s.1.
라오스에 도착한지 2일 째여서 라오스 말을 안녕하세요 말고는 하나도 모르는 나의 짧은 언어가 너무 아쉬웠다. 이름이라도 물어보고 사진이라도 잘 찍어줄걸ㅠ

p.s.2.
아이들과 논 다음날은 큰 경기장에서 라오스 청년(?)들과 드디어 같이 경기할 수 있었다. 맨날로 뛰어서 가끔 축구화에 밟힌 거 말고는 정말 즐거웠다. 후아-

중국에서 해발 3000m에서 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만져보는 축구공이다.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