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1 4월 네 번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_김광규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띈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저마다 목청껏 불렀다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우리는 모두 무언인가가 되어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회비를 만 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떠도는 이.. 2013. 4.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