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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_ 박민규

by ayubowan 2009. 7. 17.
누런 강 배 한 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07)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해토,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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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박민규의 첫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후 왠지 모르게 그의 소설에 관심이 가고 끌리게 되었다.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한 없이 쿨한 주인공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별로 사실이 아닌 거 같지만 묘하게 정말 그런거 같은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07'의 수상작가 자선작인 
'그렇습니까?기린입니다.' 역시 딱, 박민규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1.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물론 세상엔 수학 정도가 필요한 인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산수에서 끝장이다. 

2.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셔야겠지만, 그게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승객들은 모두 전철을 타야 하고, 전철엔 이미 탈 자리가 없다. 타지 않으면 늦는다. 신체의 안전선은 이곳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곳을 택하겠는가.

처음 열차가 들어오던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러니가 열차라기보다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동물이 파아, 하아, 플랫폼에 기어와 마치 구토물을 쏟아내듯 옆구리를 찢고 사람들을 토해냈다. 아아,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뭔가 댐 같은 것이 무너지는 광경이었고, 눈과 귀와 코를 통해 머릿속 가득 구토물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중략-
무언가 물컹하거나 무언가 딱딱한 것들을 마구마구 밀어 넣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어찌 내 입으로 그것이 인류였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3.
결국 모든 인간은 상습범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4.
때로 새벽의 전철에 지친 몸을 실으면, 그래서 나는 저 어움 속의 누군가에게 몸을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밀지 마, 그만 밀라니까. 왜 세상은 온통 푸시인가. 왜 세상엔 <푸시맨>만 있고 <풀맨>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왜 이 열차는

삶은,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가. 그렇게

p.s.1
참신한 표현들 그리고 새로운 시각.
소설가는 소설가 인가 보다;)

굳!

p.s.2
정말 평범한 대화들을 (오예스가 좋아 초코파이가 좋아? 와 같은) 중간 중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말 그런 대화가 오갈 거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