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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_ 김용택

by ayubowan 2010. 3. 6.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던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