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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Sri Lanka

위제(Wije) 선생님 댁 방문 - 이발, 물놀이

by ayubowan 2011. 3. 11.
어렵사리 방문한 위제 선생님 댁 방문 2일차

전날 선생님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고 일찍 잠들어서 인지-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아침을 먹고 탁자에 앉아 경치 구경을 하는데  최근 들어 계속 하시던 잔소리가 이어졌다. 

바로 머리를 자르라는 것.
자기가 보기에는 친구가 자른 머리가 이쁘지 않다며 다른 동료 선생님들께 계속 물어보시더니
오늘은 사모님과 딸까지 동원되어 머리를 예쁘게 자르잔다. 
자기가 매 번 가는 살롱이 있다며...

현지인 살롱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와서는 뭇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제공한 몇 몇의 사례를 보았음에도
선생님의 말도 안되는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서는 안됐는데 말이다...)

그렇게 11시 즈음 선생님의 차로 살롱에 들려서 머리를 깍고 수영을 하는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허허참...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살롱은 간판도 없는 그냥 가정집이다. 
거울 하나, 의자 하나
참, 깔끔하구나 라고 절로 생각이 들었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머리를 깍는 미용사의 손놀림이 눈길을 끌었다.

나의 표정이 불안해 보였는지-
선생님이 "까막 네(괜찮아)"를 연신 남발하신다. 


머리를 깍을 때 가위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가위도 초등학교 문방구에 파는 그런 가위이고...
분명 조금 잘라달라고 몇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첫 손질부터 바리깡으로 시작되어-
마무리까지 바리깡이다.
잠시 졸고 나서 눈을 떴을 때 이미 내 머리는 현지인 스타일 이었다.
참-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래도 이 날은 거울을 몇 번 보지 않아서-
그렇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했다. 주위에 칭찬해주는 사람 밖에 없으니 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탈무드의 그 굴뚝 청소한 두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그런 상황이다 ㅋㅋ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현지인의 손길에 내 머리를 내어 맡기고, 물놀이를 즐겼다.


선생님, 아들, 나, 조카 이렇게 4명이서 마을 근처에 있는 하천에서 물놀이와 목욕 중간 성격의 것을 했다.
물놀이를 하기에는 물살이 너무 쌨고,
목욕을 했다고 하기에는 물이 더러웠다.
엷은 흙탕물에서 몸을 적시고 나온 뭐 그런 ㅋ

이렇게 하천에 와서 몸을 씻고 가는 걸을 이들은 "목욕한다"도 표현했고,
실제로 둥근 돌을 주워서 몸에 때를 벗기로 비누 칠을 하며 열심히 목욕을 했다.
나는 그냥 열심히 물장구만...

12시부터 시작했으니 더위의 절정에 물에 들어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굴과 팔에는 선크림을 발랐는데-
등에는 바르지 못했고-
다음날 부터 1주일 정도를 고생했다. 
한국에서도 타기는 해도 왠만해서는 살이 벗겨지거나 따갑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1시간의 수영이 가져다 준 고생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암튼-
그렇게 초딩마냥 물에서 놀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서
사모님이 해준 완전 맛있는 밥을 얌얌먹고-
긴 낮잠을 잤다 ㅋ

어렸을 적 동네 개울가에서 놀던 생각도 나고-
라오스에 갔을 때, 꼬마아이들과 흙탕물 천지인 메콩강에서 놀던 생각도 나고-
그런 시간이다.

하지만, 짤린 내 머리카락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p.s.
결국 다음날 삭발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