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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꼬호머더 스리랑카_안종현

by ayubowan 2013. 2. 3.



꼬호머더 스리랑카

저자
안종현 지음
출판사
시나리오친구들 | 2012-12-1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스리랑카로 떠난 한 봉사자의 이야기 『꼬호머더 스리랑카』. 한국...
가격비교


1.

난 분명히 선배 단원인 종현이 형이 쓴 꼬호머더 스리랑카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직 다음 책 정보에는 표지 사진이 들어가지 않았나보다...쩝.


나 이 작가 알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신림역에 있는 서점에서 마지막 남은 책을 손에 쥐었다.



2.

스리랑카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를 배우기도 했고,

스리랑카에 2년 2개월간 있으면서 겪었던 나의 경험과 형의 경험 사이의 일치하는 부분에 대한 깊은 공감이 일기도 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 그 곳에 있던 내가 못내 그립다.

덕분에 한 번 더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고맙습니다 :)


여전히 너무나 조용한 버스나 지하철이 어색하고,

그렇게 차가 많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경적 소리가 이렇게 적은 것이 신기하고,

가게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영수증 주세요 (빌 덴느)"라고 소리쳐야 할 것 같으며,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에게 눈웃음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한...

아직은 스리랑카와 한국의 경계인으로 서서히 한국에 적응해가고 있는 나에게

스리랑카 이야기는 아직은 생생한 기억을 줄줄이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떠난 다음 날,

우리 집 문 앞에서 한참 우두커니 서 있었다는 이누르가 너무 보고 싶는 밤이다.

마지막 인사 좀 하자고 했더니 만화 봐야한다고 쳐다도 안 보더니...
자식.

다들, 어떻게 지내세요? කොහොමද?


3. 
봉사, 원조, 활동에 대한 문제의식과 생각들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형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구나. 아니 나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셨구나. 
같이 있을 때 좀 더 조언을 구하고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현지 선생님들을 학생들을 관계자들을 재촉했던 난,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을 주었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정말 친구가 되었을까?

경험에서 울어나온 담백한 글이 나에게 거울이 된...


4.
떠나기 전에 그들과 했던 그리고 나 스스로 했던 약속을 꼭 지켜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본다.


- 본문 중에서 - 
81쪽
내가 그들이 살아가는 삶 속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다면 난 단지 이방인에 불과하지 않은가. 좀 더 싶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은가.

100쪽
딱히 내세울 만한 큰 도움을 준 적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 그들이 바라는 건 어쩌면 많은 도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혹은 물질적 도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친구가 되어 준다는 것, 옆에 와서 대화도 하고 살도 부대끼며 어깨동무도 해 주는 친구가 그저 좋은 것이다. 
"저도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마워요."

149쪽
남들이 동경하는 썩 멋진 인생을 바라온 것도 아닌데. 가늘고 긴 실에 묶여 바람에 실려 멀리 공중으로 나는 연처럼 휠훨 날아가고 싶었는데 왜 내 몸보다 무거운 밧줄과도 같은 상념들이 나를 끌어내리고 있는지.

176쪽
세상은  참 오묘하다. 누군가는 열심히 미워하고 때려 부수느라 바쁘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렇게 어질러진 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라메쉬 가족 같은 사람이 있다. 이렇게 갈등이 많은 곳에도 갈등을 해결하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한 곳인가 보다.

200쪽
사실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도움을 준다는 것과 도움을 받는 행위 사이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져 버린 지 오래다. 이런 관계가 좋다. 꼭 누구 하나 잘난 게 아니다. 누구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257쪽
봉사란 어쩌면 조금 잘 먹고 잘 산다는 나라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느낀다. 내가 그들을 도와준 게 아님을 말이다. 결국엔 내가 그들에게 받았던 도움만 생각난다. 어쩌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멋지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