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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관악_교지편집위원회

by ayubowan 2014. 2. 6.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다른 곳으로 오게 되면서 살게 된 새로운 장소와 만나게 된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접하게 된 새로운 문화들이 있다. 그 중에 신선하고 새로웠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다양한 자치 언론들이었다. 학교에 관련된 혹은 사회에 관련된 그러니깐 대학생인 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내는 조금은 덜 가공된 글을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앙 도서관에 갈 일이 있을 때면 하나씩 잡히는 데로 들고 와서 짜투리 시간에 읽고는 했었다. 


내가 학부를 마친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도 교지가 있다. "청년과학"이라고. 한 학기에 한 번씩 투박한 디자인의 커버를 가진 책을 쓰는 일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끝내 가까이 가지는 못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논조나 내용이 잘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 다양성이나 진보성 측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참여할 생각은 못하고 그렇게 생각만 했던 거 같다. 그랬었지.


그런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몰입력 있는 글 때문인지 길지 않은 시간동안 대학원에 있으면서 새로운 교지가 나올 때면 꼭 챙겨보았다. 그리고 3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만난 교지는 안녕을 고했다. 


종.간.호.


교지를 편집할 사람이 없어서 종간하게 되었단다. 학생 사회에서 같이 이야기할 거리가 없으니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으니 쓰겠다는 사람이 없고  뭐 그런 악순환 끝에 종간하게 되었다는 설명과 종간을 바라보는 내부와 외부의 시선들이 흰 표지를 가진 종간호에 담겨있었다. 우리 학교 라는 말보다는 S대라는 말이 자주 내뱉어지지만 교지의 종간이라니 뭔가 씁쓸하다. 


그즈음 페이스북에서 학부 때 꽤 큰 동아리 중에 하나였던 사물놀이 동아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에는 민중 가요 동아리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교지 관악의 종간도 이러한 흐름에 그런 물결을 더 이상 거스르지 못한듯 하다. 그러니깐 함께 이야기할 거리 뭐 일종의 담론이 - 학생들 사이에 - 사라진 것은 아닐까. 사물놀이 동아리 없어진 것이 무슨 상관이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교지 종간의 미시적인 혹은 거시적인 원인을 고찰할 깊이는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보내기엔 아쉬운 마음에 끄적여 본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하는 일은 타인이 공들여 고뇌하고 사색해서 잘 풀어쓴 글로 접할 수 있었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을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이리라. 


뭐 거창한 것 처럼 써놨지만 쉬운 일이지.

생각하는 거.


"길들여지지 않는 시대의 눈동자"라는 관악의 신조가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