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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돌베개_장준하

by ayubowan 2011. 8. 26.
돌베개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지은이 장준하 (세계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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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리 떨어진 이국 땅에서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뭇 여러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돌베개'를 추천하다는 글을 보고
이런 정보를 찾아보았고 읽고 싶어졌던 찰나에
마침 이런저런 연유로 택배를 보내주시겠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그 편에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의 부탁에 응당 서점에 사서 책을 사는 수고를 하셨으리라-
그리고는 정성스레 물건을 싸서 멀리 있는 아들에게 보내주신 덕에 
이렇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읽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에 이런 어머니의 정성이 더해져서 인지
책은 술술 읽혔다.

2.
신념이란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생명력이라는 것을, 나는 체험을 통해 확신했다.
나의 신념은 앞으로 계속 날 지배하고, 또 내가 속해 있는 단체를 지배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도 나의 신념을 필요로 할 것이다.
 259p

언제나 상상과 현실에는 엄청난 거리가 개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때로 그것을 잊을 정도의 흥분 속에서 곧 실망과 허탈을 느끼곤 하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나는 장갑차 안에서 이런 신념을 굳게 결정하고 있었다.
382p

부끄러운 조상,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내 나라'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신념하에 
그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정진하는 그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 비현실적인 초인으로 다가왔다. 
신념보다는 대세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형태로 인정받고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장준하'의 선택, 그에 따른 행동이 쉽게 공감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신념은
신념에 따른 행동이 현실을 마주하고 실망으로 바뀌고 허탈을 겪으면서도   
꺽이지 않았고 다시 그 가치를 발휘하였다. 그래서 신념이겠지.
현실에 마주하여 희미해질 성격이었다면 신념이라는 이름을 감히 붙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렴.

딱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27살에 징집되어 일군을 탈출해서부터 광복으로 한국으로 귀국한 28살까지 2년의 이야기가
쓰인 그 책에서 나와 같은 또래였던 그의 신념으로 관철된 삶을 관찰하는 일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를 위한 
혹은  
세상을 향한 
'신념'이 있는가?

'신념' 보다는 '대세' 혹은 '편함'이 주목받는 시대에
마음 속 '신념'을 세우는 일 조차 나에겐 버겁네.

3.
나는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침을 삼키며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이것을 자각하자 오히려 대담해지기까지 했다. 나는 잠시 어두를 찾아 망설이다 드디어 말머리를 잡았다. 288p

나는 한 빈방에 들어가 스스로 김구 선생의 심중을 짚어보려 애썼다.
한마디로 그의 뜻을 다 말하는 신통한 속담이나 고사는 없을까 하고 나의 무식을 한탄했다. 시간의 초침이 내 팔목 위에 맥박에서, 맥박의 흐름을 채찍질하였다.
405p

충칭의 임시정부 도착하여 그들의 정파 싸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할 때,
귀국하여 김구의 귀국 성명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그의 행동 혹은 심정이다. 

존경하던 독립운동의 대선배들 앞에서 선생님들 앞에서 27살의 청년이 이를 비판하는 것이 어찌 쉬웠겠으며,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 선생의 귀국 성명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갑작스런 자리 혹은 일이 맥박의 흐름을 빠르게 하고 말머리를 생각하기 위해 스스로를 타일러야 할 만큼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담담히 해쳐나간 '장준하'의 행동은
그가 평소에 고뇌하고 고민했던 '생각'의 양 그리고 크기를 짐작하게 했다.

준비된 사람이 된다는 것,
생각, 철학을 갖고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4.
광복 당시의 국내외 정세와
임시정부에 대해 단순한 역사적 서술을 벗어나 
같은 시공간을 경험한 참여자의 입장에서 서술해서인지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쓱쓱 읽었는데,
마음이 무거운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