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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_김선자

by ayubowan 2012. 10. 15.



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

저자
김선자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0-08-16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동양의 옛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리다!우리 시대의 대표적 중국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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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잊고 있었던 '동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금 정리하면서 읽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 정리하여 놓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2.

고전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원의 공산당선언에 그런 내용이 있었지만 당장 무엇을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차곡차곡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지식을 천천히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있겠단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탁오가 경계한 것 처럼 단순히 그러한 생각을 똑같이 암기하고 되풀이하는 지식에 그치거나 얕은 지식을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강유원이 공산당선언에서 강조한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 텍스트를 재구성하고 정리하는 능력이나

이탁오가 경계한 남들이 좋다는 이야기를 그저 짖어대는 개가 되지 않는 것 모두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에게 부족했던 점이다. 여러 대가들의 논문을 읽으며,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을 들으며 스스로 사고하는 노력 대신에 그러한 조언과 내용에 기대어 쉬운 결론을 내려고 하지 않았나 스스로 자문해본다. 


쉽지 않지만 자기 만의 언어로 생각 혹은 감정 그리고 감상을 정리해보려는 노력이 지식을 올바로 소화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나저나 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공부를 계속할까하는 물음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진 않네 - 


3.

서문을 나서며(西門行) p28 - 29


서문 밖을 나서, 걸으며 생각하네

오늘 즐기지 않는다면, 언제를 기다려야 하나?

얼른 즐겨야지, 얼른 즐겨야 해

때가 된 거야

어찌 슬퍼하고 있을 거야?

이런 때가 다시 오길 기다릴 거야?

맛있는 술 빚고 기름진 고기 구워

좋아하는 사람 불러오면 근심걱정 풀 수 있지

백 년도 안 되는 우리네 인생

언제나 천년의 걱정을 안고 살지

낮은 짧고 고통스러운 밤은 길어

어찌 촛불 켜들고 밤새워 놀지 않으리

노닐어봐야 구름 사라지듯 곧 사라질 터이지만,

낡은 수레 야윈 말일지언정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짆아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때론 그것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집 한채 장만하기 위해 평생을 참고 견디며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도 미래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잘살려면 지금 힘들어도 꾹 참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끔 궁금해진다. 그 '미래'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 중략 - 수레는 화려하지 않고 말도 비루먹었으나 그것이라도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조금 덜 갖고 조금 덜 이루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여 있으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작은 행복을 촛불 켜들고 찾아볼 일이다. 


p75


무릇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은 세상의 불의를 보면 정의로운 분노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글 속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옳지 않은 사회적 현상에 대해 분노할 줄 모른다면 지식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배워온 지식을 방기하는 것이다. 


105p


이놈들아, 나를 땅 속에 잘 묻으면 어차피 개미 밥이 될 거다. 까마귀와 독수리 밥을 뺏어다가 개미에게 주는 격이다. 그게 그거니 그냥 내다버려라. 


옷자락 걷어 올리고 152p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옷자락 걷어 올리고 진수를 건너오세요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없지 않아요

이 바보 멍청이 같은 남자야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옷자락 걷어 올리고 유수를 건너가겠어요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없지 않아요

이 바보 멍청이 같은 남자야


장안에서 봉선현으로 가면서 느낌 감회 오백자, 두보, 213p


붉은 칠을 한 대문 안에는 술과 고기가 넘쳐 썩어나는데

길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나뒹군다

지척에서 부귀와 가난이 이렇게 다르니

슬프다,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렵구나


수조가두 - 둥근 달이 뜬 보름달 술잔 들어 밝은 달에게 묻노니, 소동파, 264p


저기 있는 밝은 달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하늘에 술잔 들어 묻는다

사람에게는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달에는 어두움과 밝음, 둥글어짐과 이지러짐이 있다네

이것은 예부터 완벽하기 어려웠지

오직 바라는 것은 우리 오래도록 살아

천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저 아름다운 달을 함께 보는 것


(스리랑카에서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문득 이 시가 생각났다. 그런 간절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성인의 가름침에 대해, 이탁오, 305p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성인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몰랐고, 공자를 존숭했지만 공자에게 무슨 존중할 만한 것이 있는지 몰랐다. 속담에 이른바 난쟁이가 굿거리를 구경하는 것과 같아, 남들이 좋다고 소리치면 그저 따라서 좋다고 소리치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까지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이다. 왜 그렇게 짖어댔는지 그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고결함에 대해, 이탁오, 309p


나는 천성이 '높은 것'을 좋아한다. 높은 것을 좋아하면 거만하여 낮추지를 못한다. 그러나 내가 낮추지 못하는 것은 권세와 부귀만을 믿는 저 사람들에게 낮추지 못한 것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훌륭한 점이나 선함이 있다면, 비록 노예나 하인일지라도 절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이런 고결함을 갖춘 천성이 진정한 멋 - 간지이 아닐까?)